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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전략, 알고 보면 두 개의 레버가 전부다

좋은 전략은 재무제표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Felix Oberholzer-Gee 교수는 전략을 "가치를 만드는 계획" 한 줄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가치란 고객의 지불 의향과 직원·공급자의 판매 의향의 차이죠. 그래서 전략이 할 일은 둘뿐입니다 — 지불 의향은 올리고, 판매 의향은 내린다. 분기마다 10억 달러씩 잃던 Best Buy가 딱 이 두 레버로 자본수익률 20%대까지 돌아섰습니다.

복잡한 전략 프레임워크를 걷어내고 '가치 창출' 하나로 전략을 다시 짜자고 주장해 온 사람입니다. Felix Oberholzer-Gee,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전략을 가르치는 교수죠. 저서 『Better, Simpler Strategy』(국내 번역서 『단순한 전략이 이긴다』)에서 이 강연에 나오는 '가치 막대(value stick)' 개념을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유튜브 채널 Ladder Game이 그의 강연을 번역·해설한 영상을 바탕으로, 핵심만 다시 추린 것입니다.

재무지표는 전략의 결과지 출발점이 아니다

강연자 Felix Oberholzer-Gee 교수가 재무지표는 전략의 결과를 보여줄 뿐이라고 설명하는 장면

마진이 얼마인지, 수익성은 어떤지, 투자 자본 대비 수익은 얼마인지. 재무지표는 전략의 결과를 보여줍니다. 종착점이자 결과물이지, 전략이 시작되는 곳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회사 회의는 이 숫자를 가운데 놓고 돌아갑니다. 이번 분기 목표 매출을 재확인하고, 월간 활성 유저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흑자 전환 시점을 예상해 보고요. 나쁜 방식은 아닙니다. 다만 숫자를 맞추는 결정만 반복하다 보면, 정작 가치를 만들어내는 결정과 어긋나는 순간이 꽤 자주 생기거든요. "우리가 고객에게 실제로 얼마나 가치 있는 서비스를 주고 있나"라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이 뒷전으로 밀리기 쉽습니다.

매출이든 MAU든, 이 숫자들은 전달하려던 가치가 실제로 전달됐음을 보여주는 성적표입니다. 그런데 전략을 짤 때 이 성적표만 손에 쥐고 시작하면 안 된다는 거죠. 먼저 물어야 할 건 "지금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입니다.

가치는 지불 의향과 판매 의향의 차이다

위에 지불 의향(Willingness-to-pay), 아래에 판매 의향(Willingness-to-sell), 그 사이 간격이 회사가 만든 가치(Value created)임을 보여주는 가치 막대 도표

가치라는 말은 늘 쓰지만 막상 정의하려면 손에 잘 안 잡힙니다. Oberholzer-Gee의 설명이 명쾌한 지점이 여기예요. 가치 = 지불 의향(willingness to pay) − 판매 의향(willingness to sell). 위쪽에 지불 의향, 아래쪽에 판매 의향을 놓고, 그 사이 간격이 회사가 만든 가치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가치 막대'죠.

지불 의향은 고객이 이 제품에 기꺼이 낼 수 있는 최대 금액입니다. 여기서 1센트만 더 붙어도 안 사는 게 낫다고 느끼는 그 상한선이요. 실제 가격은 그보다 낮게 매겨지고, 지불 의향과 가격의 차이가 곧 고객이 얻는 가치가 됩니다. 매일 던킨에서 2달러짜리 커피를 사는데 나는 8달러도 낼 생각이 있다면, 그 6달러가 나에게 만들어진 가치인 셈이죠.

판매 의향은 조금 덜 직관적입니다. 파는 쪽이 "이 정도는 받아야 이 회사와 계속 거래하겠다"고 생각하는 최소 기준이에요. 여기서 파는 쪽에 직원이 들어옵니다. Oberholzer-Gee는 기업을 고객만이 아니라 직원·공급업체·투자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거래하는 조직으로 봅니다. 직원은 "이 정도 보상은 받아야 계속 일하겠다"를, 공급업체는 "이 값은 받아야 납품하겠다"를 저울질하죠. 판매 의향이 낮을수록 자기가 가진 것을 우리 회사에 쉽게 내주니, 회사엔 좋은 일입니다.

여기서 보상은 연봉만이 아닙니다. 회사에 남을지를 정하는 건 돈만이 아니니까요. 업무의 재미, 성장 기회, 좋은 동료, 근무 환경, 비전, 조직 문화까지 전부 판매 의향을 움직입니다. 최소 5천만 원은 받아야 다니겠다고 생각하는 직원에게 회사가 7천만 원을 준다면, 그 직원은 2천만 원어치 가치를 얻는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체 가치는 셋으로 쪼개집니다. 지불 의향에서 가격을 뺀 몫은 고객에게, 보상에서 판매 의향을 뺀 몫은 직원에게, 그리고 가운데 남는 조각이 회사의 마진 — 재무적 성공입니다.

지불 의향은 올리고, 판매 의향은 내린다

지불 의향을 높이는 방법으로 제품 품질(Product quality)과 보완재(Product complements)를 정리한 강연 슬라이드

전략이 결국 가치를 키우는 계획이라면, 방법은 둘로 정리됩니다. 지불 의향을 높이거나, 판매 의향을 낮추거나.

지불 의향을 올리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품질 — 좋을수록 제품이 매력적이고 지불 의향도 올라갑니다. 둘째는 보완재예요. 면도기와 면도날,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 에스프레소 머신과 캡슐처럼 짝을 이루는 제품으로 지불 의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죠. 셋째가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어떤 제품은 널리 쓰일수록 가치가 커지거든요. 친구가 다 인스타그램에 있으면 나도 인스타그램에 있는 편이 훨씬 낫듯이요.

판매 의향을 낮춰 인재를 끌어오는 방법은 둘입니다. 돈을 더 주거나, 일자리를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들거나. 언뜻 같아 보이지만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돈을 더 주면 가치가 회사에서 직원에게 옮겨갈 뿐, 새 가치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반면 교육 과정을 잘 짜고, 승진 기회를 넉넉히 열고, 주 3일 재택을 허용해 일 자체를 더 낫게 만들면 판매 의향이 진짜로 내려갑니다. 돈을 더 주는 건 가치를 재분배할 뿐이고, 일을 더 낫게 만드는 것만이 가치를 새로 만듭니다.

네트워크 효과, 창업자들이 가장 오해하는 전략

초기 카카오톡 서비스 화면을 여러 스마트폰에 띄운 홍보 이미지 — 무료 문자로 초기 유저를 모으던 시절

세 가지 중 네트워크 효과는 따로 짚을 만합니다. 창업자들이 가장 탐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오해하는 전략이거든요. 품질은 내가 잘할수록 오르지만 끝이 없고, 보완재는 생태계를 통째로 설계해야 해서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그에 비해 네트워크 효과는 초기 사용자만 잘 모으면 이후엔 알아서 굴러갈 것처럼 보이죠. 초반만 고생하면 된다는 그림에 탐이 나는 겁니다.

카카오톡 초기를 떠올려 보세요. 무료로 문자를 주고받는다는 파격으로 초기 유저를 끌어모았습니다. 그 뒤로 기능을 딱히 더 붙이지 않았는데도 지불 의향은 계속 올라갔죠. 친구·가족·직장 동료가 하나둘 가입할수록, 아직 안 쓰는 사람이 점점 더 곤란해지거든요. 유저가 늘수록 안 쓰는 사람의 소외감이 커지고, 소외감이 커질수록 지불 의향이 오르고, 그만큼 가입자가 또 늘어나는 선순환입니다. 서비스 자체의 가치가 올라간 게 아니라 네트워크의 크기가 가치를 만든 거예요. 그래서 경쟁사가 기능으로 앞서 나가도, 일단 네트워크 효과가 자리 잡은 뒤엔 상대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아무 서비스에나 일어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새 유저가 들어옴으로써 기존 유저의 경험이 직접 좋아지는 구조여야 하죠. 많은 창업자가 "우리 서비스에도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만, 뜯어보면 아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 유저가 유저를 데려온다 → 이건 바이럴입니다. 내가 추천해 친구가 가입했다고 내 사용 경험이 좋아지진 않죠.
  • 유저가 늘수록 AI 추천이 정교해진다 → 데이터가 쌓인 효과일 뿐, 사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아닙니다.
  • 사람이 많아지면 콘텐츠가 쌓여 가치가 커진다 → 콘텐츠 효과지 네트워크 효과가 아닙니다.

이걸 잘못 짚으면 대가가 큽니다. "우리 사업엔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하다"고 믿는 순간, 유저 수를 늘리는 데 온 자원을 쏟게 되죠. 마케팅과 그로스에 전력을 쏟는 사이 정작 "우리 제품을 왜 써야 하는가"라는 핵심 가치가 뒷전으로 밀립니다. 사람을 붙잡아 다시 오게 만드는 힘이 네트워크가 아니라면, 유저만 늘린 대가를 결국 치르게 됩니다.

판별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새 유저가 한 명 가입할 때 기존 유저의 경험이 직접 좋아지는가." 그렇다면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하는 초기 임계점을 넘는 게 최우선이고, 그 전까진 손해를 보더라도 유저를 확보하는 편이 맞습니다. 아니라면 유저 수보다 품질 같은 핵심 가치를 끌어올리는 쪽이 훨씬 어울리죠.

Best Buy는 두 레버만으로 부활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업계 사람들 거의 전부가 Best Buy는 곧 망한다고 봤습니다. Oberholzer-Gee 본인도 그중 하나였죠. 전자제품 소매점이 줄줄이 문을 닫던 때였고, 매장 1,000여 개를 거느린 Best Buy가 Amazon을 이길 방법은 없어 보였거든요. 실제로 한 분기에 10억 달러를 잃기도 했습니다. 그때 새 CEO가 들어옵니다.

전략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지불 의향을 높이거나 판매 의향을 낮추거나, 둘 중 하나죠. 새 CEO가 한 게 정확히 그것이었습니다.

모든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표현한 Best Buy 매장 일러스트

먼저 온라인 배송용 대형 물류창고를 새로 짓는 대신, 매장 하나하나를 창고로 봤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근처 매장에서 물건을 부치는 거죠. 배송이 빨라지니 고객의 지불 의향이 올라갔습니다.

Best Buy 매장 안에 브랜드 전용 매장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하는 강연자

두 번째는 매장 안의 매장(store-in-a-store)입니다. Microsoft, Samsung, Lenovo를 찾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애플처럼 독립 매장을 수백만 달러 들여 짓든가, 아니면 사람들이 이미 전자제품을 사러 오는 Best Buy 안에 훨씬 싼값으로 매장을 들이든가." 벤더 입장에선 Best Buy에 납품하는 판매 의향이 내려가는 셈이죠.

직원에게도 달라진 게 있습니다. 온갖 제품을 다 파는 대신, 이제는 Microsoft 매장이나 Sony 매장 한 곳을 전담합니다. 다루는 제품을 훨씬 잘 알게 되니 고객에게 딱 맞는 제품을 골라 주기가 쉬워지죠. 일이 수월해지고, 스스로 더 유능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판매 의향이 내려가고, 실제로 이 변화 뒤 Best Buy의 직원 몰입도는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정리하면 고객의 지불 의향은 올리고, 벤더와 직원 쪽 비용은 내렸습니다. 위아래가 벌어지니 가운데 마진이 두꺼워졌죠. 분기 10억 달러 적자에서 자본수익률 20% 이상으로 돌아섰습니다. 재무 숫자가 아니라 "어떻게 가치를 만들 것인가"에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성적표가 아니라 가치에서 시작한다

전략을 어렵게 느끼게 만드는 건 대개 재무 숫자입니다. 매출, 마진, 수익률을 가운데 두고 회의를 돌리다 보면 정작 가치를 만드는 결정에서 멀어지죠. Oberholzer-Gee의 제안은 순서를 뒤집자는 겁니다. 성적표는 결과이니, 시작은 가치여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 남는 질문은 두 개로 좁혀집니다. 어떻게 고객의 지불 의향을 올릴까, 어떻게 이해관계자의 판매 의향을 내릴까. 대단한 통찰이 아니라 이 두 질문을 붙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략은 한결 단순해집니다.

참고 자료

사업전략경영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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