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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er가 택시를 이긴 진짜 이유 — 하버드 MBA 첫날 배우는 '디커플링'

Uber가 택시 시장을 이긴 건 앱이 좋아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거치는 여러 단계 중 '차와 승객을 연결하는' 한 고리만 떼어내 훨씬 잘했기 때문이죠. 하버드 MBA 첫 수업에서 가르치는 이 방법이 디커플링입니다. 거대 기업이 묶어 팔던 고객 가치 사슬에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한 고리를 끊어 훔치는 것. Twitch·Netflix·Fortnite가 전부 같은 공식을 썼습니다.

Facebook과 Airbnb에 강연을 다니던 한 교수가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업종이 전혀 다른데도 이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뜯어내는 방식이 놀랄 만큼 똑같더란 거죠. Thales Teixeira, University of California 교수이자 그 전 10년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사람입니다. 그가 그 공통 공식을 정리해 이름 붙인 게 디커플링이고, 지금은 하버드와 UC의 MBA 첫 수업에서 이걸 가르칩니다.

고객 가치 사슬의 약한 고리를 훔친다

고객 가치 사슬을 설명하는 슬라이드 — 제품·서비스를 획득·사용·폐기하기까지 고객이 해야 하는 일련의 활동

디커플링을 이해하려면 먼저 고객 가치 사슬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얻고, 쓰고, 처분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일련의 활동들이죠. 예금 계좌 하나를 트려 해도 은행들을 비교하고, 지점에 가고, 서류를 내고, 통장을 받는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Uber가 나오기 전에 공항에 가려면 길에 나가 택시를 잡거나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야 했습니다. 문제는 한 블록 건너에는 빈 택시가 줄지어 서 있는데 정작 내 앞 도로에는 한 대도 없는 상황이었죠. Uber는 이 사슬 전체를 갈아엎지 않았습니다. 차와 승객을 연결하는 한 활동, 그 하나만 떼어내 훨씬 잘했습니다.

이게 디커플링입니다. 거대 기업이 오랫동안 한 묶음으로 제공해 오던 고객 가치 사슬의 연결 고리를, 대개 디지털 사업자가 끊어내는 것. 핵심은 고객이 가장 불만인 한 지점, 그 약한 고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 활동만 훔쳐 오면 기존 기업의 고객이 딸려 옵니다.

디커플링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Steam 라이브러리에서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내려받는 화면 — 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에서 바로 플레이한다

고객 가치 사슬 안의 활동은 세 종류뿐입니다. 가치를 만드는 활동, 가치를 붙잡는(대가를 치르는) 활동, 그리고 가치를 갉아먹는 활동. 그래서 디커플링도 딱 세 갈래죠. Teixeira는 이걸 전부 비디오 게임 업계 사례로 풀어냅니다.

  • 가치 창출 활동을 떼어낸 Twitch. 게임을 직접 하는 것도 가치를 만들지만, 잘하는 사람이 하는 걸 구경하는 것도 가치가 있습니다. Twitch는 '남이 플레이하는 걸 보는' 부분만 떼어내 서비스로 만들었습니다.
  • 가치 소모 활동을 떼어낸 Steam. 예전엔 게임을 사거나 빌리려면 매장까지 가서 골라 들고 와야 했습니다. 대부분이 싫어하던 이 번거로운 활동을, Steam이 스트리밍으로 없애 버렸죠.
  • 가치 포착 활동을 떼어낸 Fortnite. 예전엔 게임을 하려면 먼저 돈을 내고 사야 했습니다. freemium 모델은 결제와 플레이를 분리해, 일단 공짜로 하다가 마음에 들면 그때 돈을 쓰게 합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조금 의외입니다. Teixeira가 여러 나라·업종의 스타트업 가치를 추적해 보니, 벤처 투자자들은 세 종류 중 가치 창출형 디커플러를 유독 높게 쳐줬습니다. 나머지 둘이 못 큰다는 뜻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창출 활동을 떼어내는 창업자를 선호했습니다.

훔친 다음엔 다시 붙인다 — 커플링

커플링을 정의하는 슬라이드 — 디커플링 이후 고객 가치 사슬에 인접한 활동을 하나씩 더하는 것

약한 고리 하나로 고객을 뺏은 스타트업은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번엔 가치 사슬의 인접한 활동을 하나씩 더 끌어옵니다. Teixeira는 이걸 커플링이라 부릅니다. Uber가 좋은 예죠. 처음엔 "이동을 제공하겠다"였다가, 다음엔 음식 배달, 그다음엔 택배로 뻗어 나갔습니다. 기존 기업이 쥐고 있던 활동을 하나씩 더 훔치며 밖으로 자라난 겁니다.

다만 Teixeira가 MBA 학생들에게 못 박는 게 하나 있습니다.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곧 돈을 번다는 보장은 아니라는 겁니다. 고객에게 가치를 준다고 해서 그 대가를 반드시 챙길 수 있다는 사업의 법칙 같은 건 없거든요. 일단 만들어 키우고, 경제성을 배운 뒤에야 "장기적으로 수익이 날까"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확신을 갖되, 때론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거죠.

다섯 단계 레시피 — PillPack이 밟은 길

Teixeira는 디커플링을 다섯 단계로 정리합니다. 보스턴에 살던 시절 근처에 있던 스타트업 PillPack이 이 다섯 단계를 그대로 밟았습니다.

디커플링을 실행하는 다섯 단계
01
사슬 지도화
map value chain
02
활동 분류
create · capture · erode
03
약한 고리 식별
find weak link
04
활동 탈취
break & steal
05
대응 예측
preempt incumbent

PillPack 사례를 소개하는 장면 — 약국에서 여러 약을 챙기는 모습

하루에 여러 알약을 먹는 사람에게 그 과정은 무척 번거롭습니다. 병원에 가고,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값을 치르고, 언제 무슨 약을 먹을지 계획을 세워 챙겨 먹는 일까지. 이 중 실제로 가치를 만드는 건 약을 먹어 건강해지는 부분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가치를 갉아먹는 활동입니다.

특히 약을 많이 먹는 고령자에게 가장 힘든 약한 고리는, 어떤 약을 언제 먹고 무엇을 같이 먹으면 안 되는지 정리해 기억하는 일이었습니다. PillPack은 이 활동을 대신해 주기로 했죠. 의사가 처방을 직접 보내면 약을 사서, 하루치씩 작은 봉지에 담아 두루마리로 말아 보냈습니다. 매일 한 칸씩 뜯어 그 안의 약을 함께 먹으면 끝입니다.

마지막 다섯째 단계가 흥미롭습니다. 훔친 활동에 기존 기업이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읽는 겁니다. 약국도 똑같이 집으로 약을 보내 줄 수 있었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습니다. 처방약을 집으로 부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약국에 덜 오고, 약국 사업은 사람을 매장으로 불러들여 이것저것 사게 하는 모델이거든요. 기존 기업이 따라 할 동기가 없다는 걸 간파한 PillPack은 더 빨리 컸고, 몇 년 뒤 Amazon이 10억 달러 넘게 주고 인수했습니다.

약한 고리는 '비쌈·느림·번거로움'에서 나온다

인슈어테크를 설명하는 장면 — 보험 비교·가입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 창업 흐름

다섯 단계 중 가장 중요한 건 약한 고리를 찾는 일입니다. 고객이 구매 과정에서 가장 불만인 그 지점이, 거대 기업의 고객을 가장 쉽게 뺏어 올 수 있는 자리니까요.

보험이 딱 그렇습니다. 생명보험이든 건강보험이든 자동차보험이든, 아침에 신나서 보험을 갈아타는 사람은 없죠. 그 복잡한 과정에서도 최악은 여러 회사의 상품을 일일이 비교하는 대목입니다. 전 세계 창업자들이 이 지점을 파고들어 인슈어테크라는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비교와 가입을 대신 쉽게 해 주는 사업을 세웠습니다.

고객이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 비싸서 — 보험사가 굳이 대면 상담을 요구하면 시간 들여 찾아가야 합니다. 왜 온라인으로 못 할까요.
  • 오래 걸려서 — 신용카드 하나 받는 데 서류 제출에 이틀, 발급에 또 며칠이 걸리면 불만이 쌓입니다.
  • 번거로워서 — DVD를 빌리러 나가는 대신 이제 다들 스트리밍으로 봅니다.

돈이든 시간이든 노력이든, 어떤 활동의 비용이 오르는 곳. 거기서 디커플링의 기회가 열립니다.

AI를 어디에 붙일 것인가

코드를 함께 들여다보는 장면 — AI는 컴퓨터·인터넷처럼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범용 도구

생성형 AI가 뜨겁다 보니 기존 기업도 스타트업도 쓸 곳을 찾느라 분주합니다. Teixeira의 조언은 담백합니다. AI는 컴퓨터나 인터넷처럼 범용 도구라, 어디에 쓸지 잘못 고르면 고객에게 별 가치도 못 주는 활동에 붙이게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고객이 어떤 활동에 불만인지, 마땅히 치러야 할 것보다 더 많은 돈·시간·노력을 쓰고 있는지 먼저 짚고, 그 비용을 AI로 줄여 주는 것. 결국 디커플링과 같은 질문이죠.

Teixeira의 마지막 조언은 이렇습니다. 디커플링을 처음 접했다면,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찾기 전에 이미 잘 아는 업종부터 이 틀로 다시 뜯어보라는 겁니다. 아는 비즈니스 모델을 디커플링의 도구로 재구성해 보는 연습이, 모르는 시장에서 새 기회를 찾는 것보다 먼저라는 거죠.

참고 자료

디커플링스타트업비즈니스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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